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펄벅기념관


 

원제 (The)good earth

 

오늘의 책

2010.06.16

"우리는 이 땅에 태어나"

나는종종 오래된 책이나 비석에서 '우리는 이 땅에 태어나'라는 구절이 흔히 쓰여 있는 것을 보곤 했다. 그때마다 우리가 왜 땅에서 태어났는지에 대한 의문이 들었지만, 이내 '나라'나 '민족'의 비유적 표현이겠거니 생각하고 넘기고 말았다. 하지만 곰곰이 머리를 두드려 보면, 아주 오래전 농경시대부터 현재의 농업까지 그 근간이 되어온 땅에서 인류의 삶이 시작되고 끝났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1938년 미국여성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펄 벅의 소설 [대지]는 이러한 땅과 함께 파란만장한 삶을 살아온 가난한 농부 '왕룽'의 일대기를 그리고 있다.

 

시대는 중국 청나라 말기부터 중화민국 탄생 무렵. 왕룽은 그 동네 부잣집의 계집종이던 오란과 결혼을 하고 슬하에 아들 둘과 딸 하나를 둔다. 스스로를 돌보지 않고 우직하게 일만 하는 아내 오란 덕분에 왕룽은 땅을 살 수 있는 충분한 여유가 생긴다. 왕룽에게 '땅'은 정직한 땀의 결실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가뭄으로 인해 왕룽네 가족들은 남쪽으로 내려갈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이르게 되고 그들의 힘겨운 생활이 시작된다. 왕룽에게 '땅'은 버티는 힘이자 돌아갈 고향이었다. 그 후 다시 돌아온 왕룽은 점차 많은 땅을 사들여 큰 부자가 되었고, 왕룽에게 '땅'은 믿음에 대한 보답으로 돌아왔다.

아내 오란이 딸과 아들 쌍둥이를 또 낳고, 그들 모두가 장성하여 결혼하고 그들의 또 다른 아들과 딸이 생길 동안에 순박한 농부의 삶을 살던 왕룽의 삶도 점점 변하기 시작한다. 아내 오란에 대한 애정도 변하고, 아이들을 땅에서 일하게 하려고 했던 마음도 변한다. 오직 땅에 대한 그의 사랑과 열정만이 변하지 않았기에 땅은 그저 묵묵히 그의 삶을 지켜봐 줄 뿐이었다. 결국 땅에서 시작된 그의 삶은 땅에서 저물어 가며, 마지막으로 아들들에게 땅을 절대 팔면 안 된다고 말하며 이야기는 끝이 난다.

어디선가 '땅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우리 옛 속담에도 그러하듯 콩 심은 데 콩이 나고, 팥 심은 데 팥이 나는 곳이 바로 땅이다. 땅은 받은 만큼 되돌려준다. 왕룽은 이 사실을 알았기에 땅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던 것 같다. 지금이야 농사를 짓는 사람도 드물 뿐더러 제대로 된 땅을 밟기도 힘들기에 땅은 투자나 개발의 대상일 뿐이지만, 시시각각 변하는 세상 안에서 우리도 왕룽처럼 어딘가에 변하지 않는 마음 하나는 심어 두어야 하지 않을까? 그래야 끝까지 버틸 수 있으니까, 넘어졌을 때 일으켜주는 힘이 될 테니 말이다.

오늘의 책을 리뷰한 `김민봉`님은 좋은 책을 선별하여 소개하는 북소믈리에. 인터넷교보문고 도서CP입니다. 하루 종일 책에 둘러싸여 책과 씨름하다 책을 안고 집에 돌아오는 행복한 삶을 살고 있습니다. http://bookon.tistory.com/
작가 소개 인간의 삶과 숙명적 굴레를 리얼리즘 서사로 표현한 저자,
펄 벅(Pearl S. Buck)

 

1892년 미국 웨스트버지니아에서 태어났다. 생후 3개월 만에 선교사이던 아버지를 따라 중국으로 이주, 10여 년간 어머니와 왕(王) 노파의 감화 속에서 자랐다. 그 후 미국으로 건너가 우등으로 대학을 마쳤고, 다시 중국으로 돌아와 난징대학의 교수가 되었다. 1917년 중국의 농업기술박사인 존 로싱 벅(John L. Buck)과 중국에서 결혼하여 정신지체인 딸을 낳았는데, 그 딸에 대한 사랑과 연민이 작가가 된 중요한 동기 가운데 하나였다. 1930년 처녀작 [동풍, 서풍]을 출판하여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고, 1931년 [대지]를 발표하며 명성을 얻었다. 주요 작품으로 [연인 서태후], [북경의 세 딸], [사탄은 잠들지 않는다], [살아있는 갈대], [어머니의 초상], [북경에서 온 편지], [만다라] 등이 있다.

 

책 속 밑줄 긋기 그래, 벼가 굶주린다면 그들도 모두 굶주려야만 하지.

언젠가는 그들의 집도 역시, 그들의 육신도 역시 흙으로 돌아갈 터였다. 이 대지 위에서는 모든 것이 차례가 있었다. (43쪽)

왕룽은 담배를 피우며 앉아서 탁자 위에 놓여 있던 은화를 생각했다. 그것은, 그 은화는 흙으로부터, 그가 몸을 바쳐 일하고 쟁기를 갈아 뒤엎은 흙으로부터 온 것이었다. 그는 이 땅으로부터 생명을 얻었고, 한 방울 한 방울 땀을 흘려 흙으로부터 식량을, 그리고 식량으로부터 은화를 짜내었다. (50쪽)

그의 마음속에서 목소리가, 사랑보다도 더 깊은 땅에 대한 사랑의 목소리가 울려 나왔다. 그리고 그는 그의 삶에서 무엇보다도 우렁찼던 이 목소리를 듣고는 몸에 걸친 두루마기를 벗어 던지고 벨벳 신발과 흰 양말도 벗어버리고는 바지를 무릎까지 걷어 올리고 꿋꿋하게 버티고 서서 들뜬 마음으로 외쳤다.
"괭이는 어디 있고 쟁기는 어디 있나? 그리고 밀의 씨앗은 어디 있나? 이리 오게, 나의 친구 칭이여, 이리 와서 일꾼들을 불러 모으게. 난 밭으로 나가겠어!" (282쪽)

"이 땅이 없었다면 우리도 다른 사람들이나 마찬가지로 모두 굶주렸을 거고, 너도 학자랍시고 멋진 옷을 입고 느긋하게 돌아다닐 수 없었을 거야. 이 훌륭한 땅이 너를 농부의 자식보다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주었어." (380쪽)

"우리는 땅에서 왔고 우리는 그 땅으로 돌아가야만 해. 아무도 너희한테서 땅을 빼앗지 못해……."(47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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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me : 2011-02-24 10:11:52